요즘 어딜 가나 "공정"이라는 단어가 정말 많이 보인다. 공정한 기회, 공정한 경쟁, 공정한 시험 등등.
마치 공정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키워드 처럼 보인다. 정말 그럴까? 나는 이제 한국에서 만큼은 공정을 제도화 시키는 방향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 공정은 제도로 이루어져서는 안된다. 공정은 단기적으로 부정을 최대한 제거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하고, 장기적으로 희소 가치에 대한 경쟁을 줄이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나는 독일에서 우리가 나아가야 할 공정에 대해서 찾아볼 수 있었다.
일단 공정을 이야기하기 전에, 우리는 불공정(공정)과 부정을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가 분노하는 대부분의 사건들. "불법"으로 삼성에게 말을 받고, "불법"으로 단체로 토익 시험에서 부정행위를 하는 등, 부정은 우리가 정한 제도를 벗어나서 불법을 행하는 일이다.
나는 이러한 부정은 제도적으로 더욱 밀도있게 틀어막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분노한 조민의 의전원 진학은 부정으로 행해진 것은 아니다. (표창장 등 여러 부분에서 아직은 법적으로 밝혀진 것이 없다. 일단은 확실한 사실관계만 보자) 조민은 교육 제도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남들보다 '편하게' 의전원에 진학할 수 있었다. 그렇게 진학한 사람이 조민 하나는 아닐 것이다. 이러한 사건이 우리에게 부정으로 인식될 만큼 불합리하다면, 우리가 제도적으로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만들어야 한다.
우리가 선진국이라 부르는 독일은 "공정"이 제도화 되어 있지 않다. 시험은 대부분 주관식으로 치뤄지고 학생들에게는 선생님의 주관이 중요하고, 기업도 효과적인 채용을 위해 객관식 시험은 치뤄지지 않는다. 사람은 정해진 한가지 기준으로 파악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독일에 비해 한국은 더 좁은 문에 더 많은 사람이 몰린다. 정부가 할 일은 공정을 제도화 하는 것이 아니라 좁은 문을 넓은 문으로 만들어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학 평준화나 직업교육, 대학 미진학자를 위한 보상책 등 실제로 필요한 부분에 인력을 돌린다면 더 나은 사회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다. 공정은 애초에 제도로 이루어질 수 없다. 수 많은 부작용을 가져올 뿐이다.
우리 모두 소위 가장 공정 하다는 교육과정을 겪어왔지 않는가. 정말 공정 했을까?
수능 시험을 예시로 들어보자. 수능 시험은 가장 공정한 시험이라고 흔히들 이야기한다. 수능 시험은 정말 공정한 시험 일까?
일단 수능이 부정행위와 대리 시험이 어렵기 때문에 공정 하다고 말하는 것은 공정과 부정을 착각하고 있는 것이다.
아마 대부분은 수능은 모두가 수치화 할 수 있는 문제를 통해 점수로 경쟁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먼저 이렇게 수치화 하기 위해서 우리는 학생들에게 엄청난 희생을 강요한다.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중요한 것들은 수치로 매길 수 있는 것들이 아니다.
마치 다양한 종목에 도전하는 운동선수들을 모아두고 100m 달리기 성적 하나 만을 평가하는 것과 같다.
어린 선수들이 원반던지기 선수, 축구선수, 야구선수, 육상 선수, 태권도 선수가 되기 위해 100m 달리기를 12년을 연습하는 것이다.
또한 이렇게 되다 보니 단거리 육상 선수만 운동선수인 줄 알고 대부분의 선수들이 단거리 육상에 몰리는 것이다.
모두가 자유롭게 자신의 꿈을 위해 필요한 것을 공부하고 평가받되 이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부정에 대해 국가가 감시하고 법제화 시키는 것에 주력해야 한다.
또한 공정을 제도화 한다고 과연 공정해지는 지도 생각해봐야 한다.
같은 수능을 보지만 누군가는 한번 수업에 100만원 짜리 과외를 받고, 누군가는 EBS 문제집을 공부한다. 누군가는 에어컨이 달린 넓은 방이나 스터디 카페에서 공부하지만, 누군가는 어머니의 일을 도우면서 가게에서 공부한다. 누군가는 몇백 몇천을 지불하고 입시 컨설팅을 받고 누군가는 메가스터디 합격예측을 돌려서 대학을 간다. 조민이 비싼 유학을 통해서 의전원에 편하게 간 것에 대해 분노하는 사람들은 왜 이런 불공정에 대해서는 분노하지 않을까? 조민만 능력있는 부모를 둔 것이 아니다. 일년에 수만명이 능력있는 부모를 둬서 자신이 노력한 것 이상으로 성과를 가져간다. 이래도 수능은 공정한것일까?
이렇게 공정 하다고 착각을 주는 제도에 대한민국은 일년에 얼마를 투자하는 것일까? 모두의 개성과 꿈을 잘라버리는 나쁜 교육을 위해 얼마를 쏟아붇는 것일까?
차라리 이런 예산으로 대학에 가지 않아도 잘 먹고 살 수 있게 직업 교육의 질을 높이고, 일자리를 늘리고, 중소기업의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 소수의 승자만이 행복한 세상이기 때문에 불공정이 일어나는 것인데 이러한 불공정을 제도로 통해 막는 다는 것은 너무도 어리석은 생각이다. 승자가 되지 않아도 행복하다면 불공정은 쉽게 일어나지 않을것이고 학생들을 위해서도 국가의 미래를 위해서도 나은 선택이 될 것이다.
이는 수능 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에 적용된다. 부정을 처벌하고, 불공정이 일어나지 않는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국가가 제도를 통해 공정을 이룰 수 있다는 착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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