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월 21일에 시작하여 약 한달동안 진행한 애플 개발자 아카데미의 첫번째 챌린지인 MC1이 끝났다.
처음이기 때문에 많이 부족했지만, 이보다 더 나은 것을 바라는 것은 욕심이라는 생각이 든다.
늘 그랬듯이 나는 힘차게 혹은 정신없이 달리고 난 후 찾아오는 고요함에 취약하다. 감당할 수 있는 이상으로 무기력해지고, 그 무기력함으로 인해 우울해진다. MC1을 마치고 약 3일 정도가 지나는 내내 침대에 딱붙어서 몸에 피가 잘 돌지 않는 느낌이다.
빨리 다음 챌린지가 시작했으면 좋겠지만, 이 기분을 이런 식으로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조금 더 들여다보고 근본적인 해결 방법을 찾아야할 것 같다.
MC1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남을 바라보는 시간은 바빴지만 행복했고, 나를 바라보는 시간은 괴로웠지만 성장했다."이다.
팀원들을 만나서 함께 협업하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정말 정신없는 시간을 보냈지만, 좋은 사람들 곁에서 얻어갈 수 있는게 많아서 행복한 시간이었다.
또 내가 어떤 태도로 협업에 임하는지, 내가 다른 사람을 어떻게 설득하는지 등 내 자신을 관찰하는 동안은 정말 힘들고 괴로웠지만 이를 통해 점점 성숙해지는 것 같아서 좋았다.
애플 개발자 아카데미는 그저 지식을 전달하는 학원이 아니다. 그렇기에 내가 방향을 설정하고 끊임없이 고민하는 과정은 매우 중요하다.
1. 모각코와 햇반 작은공기로 이겨낸 첫 3주

코로나 사태로 인해서 애플 개발자 아카데미도 Postech의 정책을 따를 수 밖에 없었다.
42Seoul에서의 비대면 악몽이 떠오르는 듯 했지만, 정말 다행히도 4월 8일에 포항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일단 포항에 오게 됐으니 다시 돌아가게 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 생각된다.
3월 14일에 시작한 아카데미는 이후 약 3주간 비대면으로 진행되었는데, SwiftUI를 이미 공부하고 있었던 나에게는 이번 챌린지가 기술적으로는 크게 어렵지 않았다.
기획을 해보고, 스케치로 디자인을 도전하는 과정은 너무 신났다. 하지만 비대면을 하는 동안 만큼은 정규 시간이 끝나서 점심먹고 나면 찾아오는 권태로움을 이겨내는 게 정말 힘들었다.
이 권태로움은 게더타운의 모각코와 햇반 작은공기를 통해 어려움의 80프로 정도는 이겨낼 수 있었던 것 같다.
먼저 배가 불러서 부대끼는(?)걸 매우 싫어하는 나는 비대면으로 인해 집에 앉아있기만 하는 상황에서 먹는 양을 평소보다 줄여야 했다.
파스타를 빠르게 대량생산할 수 있도록 소스와 면을 미리 준비해두어 빠르게 해먹는 방법, 점심구독 서비스를 이용하는 방법 등 이것저것 시도를 많이 해보다가 결국 햇반 작은공기와 기름지지 않은 닭가슴살로 정착했다.
준비 시간이 빠르면서도 중요한 영양분을 챙겨먹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될 수 있으면 옆방에 사는 친구와 맛있는 것들도 많이 해먹었다.
그리고 모각코..! 사실 모각코는 42Seoul에서도 여러번 했었지만, 내 스스로 마음의 벽을 좀 쌓고 있었는지 딱 공부만 하고 나왔었다.
이번 모각코에선 매일 한번씩 회의시간에 엄청 떠들고 나면 스트레스도 풀리고 또 달릴 수 있는 힘이 생겼던 것 같다.
서로 코드리뷰를 해보았고 재미있었다.
모각코를 하는 동안 Stanford 대학교의 SwiftUI 강의를 수강했는데, 목표한 만큼 다 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혼자 했을 때보다는 훨씬 많이 공부하고 고민할 수 있었다.
2. 팀원들과 기획과 디자인과 개발을 함께 해본다는 것은?

우리 모두 되고 싶어하는 "월드 클래스 개발자"란 어떤 개발자일까?
좋은 개발자라는 정의는 모두 각자 내리기 나름이겠지만,
우리 그룹은 "끊임없이 발전하고 진정한 소통과 협업을 하며 가치를 실현해내는 사람" 이라고 정의했다.
소통과 협업의 대상은 팀의 개발자 뿐만 아니라 기획자와 디자이너 모두에 해당된다.
여기서 "진정한"이란 피상적인 이해가 아닌, 개발자도 기획자와 디자이너가 되어서 실제로 팀의 어려움을 함께 헤쳐나갈 수 있는 능력과 자세를 의미한다.
깊이 있는 개발 공부는 혼자서 혹은 옆에 있는 동료와 함께 해볼 수도 있고, 회사에 들어가서도 꾸준히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개발의 A to Z까지 체계적으로 경험해보고 더 나은 협업의 자세를 고민해볼 수 있는 것 자체는 정말 소중한 기회라고 생각하고,
단순히 취업을 위해서가 아니라, 개발자로서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 정말 만족스러운 경험이었다고 생각한다.
3. 배울 점이 많았던 팀원들

팀원들과 함께 챌린지를 수행해 나가면서 정말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비록 처음에는 비대면으로 이루어져 Zoom 속에만 존재하는 AE 팀원들이었지만, 점점 서로 익숙해지고, 포항에 와서는 서로 만나서 협업을 하면서 급속도로 친해질 수 있었다.
정말 하나같이 다들 멋있는 사람들이었고 배려심 깊고 각자의 개성이 뚜렸했다.
혼자 고민했다면 절대 갈 수 없었던 길로 함께 걸어갈 수 있었고, 기획적으로, 디자인적으로, 개발적으로 서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나가면서 능동적으로 서로에게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었다.
각자가 가진 모습들 중 닮고 싶은 모습이 정말 많았고 또 내가 팀원들을 설득하기 위해 구사하는 화법은 효과적인지, 또 상대롤 충분히 배려한 말인지 다시 한번 고민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매일 회의가 끝날 때마다 내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은 즐겁지만은 않았다. 내가 성숙한 대처를 하지 못할 때도 많았고, 팀원들을 설득하는 과정에서도 논리적인 맥락을 무시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게 내 자신을 돌아볼 수 있고 팀원들의 좋은 점들을 흡수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주어졌음에 정말 감사했다.
협업은 쉽기만 하지는 않았다. 기획자, 디자이너, 개발자들이 모두 모여서 함께 기획과 디자인과 개발을 한다는 것은 서로가 가진 배경지식의 간극과 더불어 서로의 성향, 서로의 의견의 간극까지 묶어낼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주고받았던 협업은 효율적이지는 않았을지도 모른다. 기획을 기획자에게, 디자인은 디자이너에게, 개발은 개발자에게 맡겼더라면 훨씬 빠르게 끝났을 것이다.
하지만 절대 이렇게 멀리 오지는 못했을 것이다.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서로를 설득하고, 다른 방안을 생각해보는 과정에서 우리는 처음 고민했던 방안들과는 전혀 다르지만 훨씬 효과적인 방안을 고려할 수 있었고, 덕분에 우리의 발표와 결과물은 아카데미 내부에서 매우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다.
4. 열정이 넘치는 포항공대 생활

4월 8일에 포항에 도착한 이후, 이제 2주차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벌써 2주가 되어간다니 믿기지가 않는다.
보통 새로운 환경에 놓이게 되면 시간은 멈추길 마련인데 이번 만큼은 오히려 시간이 달려간다.
충분히 바쁘게 보낸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학식도 먹을만하고, 무엇보다 현재 살고있는 포스빌은 정말 좋다.
다니던 대학교 생활관보다 훨씬 싼 가격인데, 빌라 한채를 통채로 임대해준 것 같다.
거실과 부엌도 넓고 깨끗하다. 포스빌이 오래되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 다음에 들어오실 분들은 적어도 포스빌 2동은 걱정 안하셔도 된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내 방은 집에서 가장 작은 방이다.
방에만 있으면 답답하겠지만, 거실과 부엌이 너무 큼직 큼직해서 룸메들과 식탁에 앉아서 이야기 나누면 시간가는 줄 모른다ㅎㅎ
지곡회관의 학식도 5천원이라는 가격 대비해서 정말 푸짐하고 맛있다. (취향이 좀 타는 것 같지만, 나는 완전 만족한다.)
자취를 정말 오래 했는데, 이렇게 오랜만에 영양소가 골고루 들어간 식단을 편하게 받아먹을 수 있다는 것에 매우 감사한다.
고등학교 인문계열을 졸업하고 인문대학을 졸업한 내가 포항공대의 학생증을 받아들고 생활할 것이라고 한번이라도 생각 해봤을까.
우리의 인생은 어디로 튈지 모른다.
내가 지금 하는 고민과 걱정을 다음 달에도 하고 있을 확률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
포항공대 도서관인 박태준 학술기념관 공부하기 정말 좋다.
개발하다가 리클라이너 체어에 누워서 꿀잠자도 좋을 것 같다ㅎㅎ

5. 그래서 나는 뭘 배웠을까?
키보드로 풀어낼 수 없는 무형의 많은 것들을 배웠지만,
그래도 이번 챌린지를 하면서 이런 것들은 꼭 신경써보고 싶은 것이 몇가지 있다.
대부분이 협업 할 때의 자세와 관련된 것이다.
먼저, 소통은 명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건 일상생활에서도 마찬가지이지만, 명확한 생각과 정보를 전달을 하는 연습을 하지 않으면, 팀원들이 같은 이야기를 듣고도 각자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이는 시간이 지나면 큰 문제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시간이 한참 지난 후에 그 간격을 메꾸려면 엄청난 에너지와 시간이 소비된다.
그래서 내 생각을 올바르게 전달하고, 다른 사람의 생각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질문하는 연습을 꾸준히 하는 것은 중요하다.
다음은 말은 긍정적이어야 하고, 무게를 지녀야 한다는 것이다.
앞서 이야기한 소통과도 관련이 있지만, 내가 누군가를 설득할 때 나의 말에 명확한 논리와 결론이 없으면 상대방을 설득시키기도 어렵고 나의 말의 가치가 떨어지게 된다.
또 상대방의 말을 부정하기 위한 말은 매우 지양해야 한다.
"Yes, and ..." 로 말을 시작하는 것을 생활화 하자.
상대방의 생각과 말을 존중하고 그 다음 내 의견을 이야기하자. 지속가능한 팀을 위해서는 이러한 사소한 것들이 가장 중요하다.
이외에도 기획과 디자인을 직접 해보면서 애자일적으로도, 툴 사용적으로도 정말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는 한달이었다.

포항의 첫 생활을 함께 해준 빅뱅의 "봄여름가을겨울"에 무한한 감사를 드립니다ㅎㅎ
'애플 개발자 아카데미' 카테고리의 다른 글
[Apple Developer Academy @ POSTECH] Mini Challenge 3 후기 (1) | 2022.08.11 |
---|---|
[Apple Developer Academy @ POSTECH] Mini Challenge 2 후기 (9) | 2022.06.22 |
[Apple Developer Academy @ POSTECH] 최종 합격 후기 (4) | 2022.02.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