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이야기

첫번째 인디 앱 출시에 대해서 이러쿵저러쿵

스닥 2021. 12. 27. 19:48


앱 출시를 12월 1일에 마쳤지만, 그 이후로 대학교 마지막 기말고사를 치렀기 때문에 많이 바빴고, 앱 출시 이후로 어떤 좌절감? 실망감? 이런 감정들에 사로잡혀서 하루 하루를를 좀 힘들게 보냈었다.
나는 회복력이 빠른 편이지만, 이번에는 꽤 오랫동안 힘들었던 것 같다.
예전같으면 힘들면 일을 더 하려고 해서 악화시키곤 했었는데, 이번에는 힘든 동안에는 너무 무리하지 않으려고 노력했고, 덕분에 서서히 괜찮아지고 있다.

이번 앱 출시까지 정말 내 자신을 불태웠었다고 생각한다.
아쉬움 남지 않게 열심히 했고, 또 재밌게 했다.
나는 무언가를 생산해내는 일을 할 때 몰입을 할 수 있고, 이렇게 몰입할 수 있는 내가 자랑스러웠다.

개발은 전혀 힘들지 않았고 오히려 너무 재미있었다. 모르는 건 공부해서 적용하면 되고, 처음에 SVG를 사용하면서 애니메이션을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서 여러가지 방법을 강구했던 것부터 시작해서 커스텀 테이블뷰, 커스텀 콜렉션뷰 등 새롭게 배우는 게 정말 많아서 지치지 않고 재밌게 해나갈 수 있었다.
체계적으로 iOS를 공부한건 처음이었지만, 하루에 12시간에서 15시간 정도를 매일하다보니 기본적인 UI는 꿈에서도 쉽게 만들어낼 수 있을정도가 되었다. 그렇게 어렵던게 이제는 쉽게 느껴진다.
팀원과의 스터디가 정말 큰 도움이 되었고 경험이 많으신 멘토님을 만나서 멘토님께서 방향을 잘 잡아주셨다. 정말 소중한 시간이었다.

오히려 시간을 많이 썼던 것은 기획과 디자인이었다.
상업적이거나 기술적인 앱이 아니라, 예쁘고 사용하기 편한게 가장 중요한 앱이기 때문이었다.
핵심적으로 만들고 싶은 기능은 확실했지만, 이것을 어떻게 사용자들이 거부감 없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했다.
이 부분에 대해서 팀원과 거의 매일같이 논쟁을 했지만 다행히 큰 방향점을 잡아놓았기 때문에 큰 의견차이는 없었다.
하지만 너무 욕심을 부렸었는지 중간에 기획이 최소 30번은 넘게 바뀌었고, 덕분에 그때마다 코드를 수정하면서 모듈화와 의존성 관리가 왜 중요한지, 객체지향의 개념이 왜 중요한지 직접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몇달을 씨름하다 결국에는 마지막 수단으로 외주 디자인을 맡기게 되었고, 일주일 후에 외주 디자인이 나오자마자 2주일만에 앱을 만들어냈다. 프로토타입 만드는데 1달하고도 보름이 더 걸렸던 것에 비하면 정말 빠르게 만들어냈다.
공모전 발표회때가 앱을 홍보하기 가장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냥 해야 하니까 어떻게든 했다.
하지만 너무 빠르게 앱을 만들어내다 보니, 리팩토링과 성능개선할게 산더미이고 지금 그 작업을 하고 있다.

그런대로 최선을 다했지만, 내가 좌절감이 들었던 이유는 완성된 앱이 내 스스로의 기대감을 충족하지 못해서이다.
무언가를 도전할때는 대부분이 그렇겠지만 확신과 열정에 차서 물불 가리지 않고 오직 도전의 성공만을 바라보고 달린다.
그리고 어리석지만 한번에 성공할것이라는 기대도 하게 된다.
출시 하자마자 앱스토어 10위 안에 들어야지! 라는 말도 안되는 기대감도 품게 된다ㅋㅋ
이런 기대는 금방 깨졌고 그래서 한동안 좌절감을 느끼고 있었다.

돌이켜 보면 시간은 항상 상대적으로 간다.
열정이 없는 상태에서는 시간이 정말 빨리간다. 출시 이후 마음을 추스리는 약 한달은 정말 빨리 갔다.
하지만 iOS 공부 시작부터 앱 출시까지 달렸던 약 2달은 나에게 일년처럼 느껴진다.
이 앱을 내가 6개월 정도는 만든 것 같은데, 왜 이렇게 앱이 조그만하지? 라는 생각을 계속 했었는데ㅋㅋ 돌이켜 보니 공부한 시간까지 다 합쳐봐야 두달밖에 되지 않는다는게 나에게 큰 위로가 되는 것 같다.

앱은 사후관리가 중요하다. 이용자들의 피드백을 모아서 다음 업데이트 방향성을 결정하고,
지역화, UI개선, 성능 개선이 이루어져야 하는 가장 소중한 시간이다.
내가 인디앱을 도전한 이유도 이 사후관리를 해보고 싶어서였다. 물론 하다보니 만들고 있는 앱에 애정이 많이 생겨서 기대가 너무 커져서 실망도 커져버리긴 했지만...
사후관리를 꾸준하게 해서 포기하지 않고 앱이 많은 사람들에게 닿도록 해보고 싶다.

프론트적으로는 많이 성장했지만, 여전히 백엔드와 함께 작업해보는 것, 그리고 로그인기능 등 여러가지 경험을 더 해보지 못한게 아쉽기도 하다. 또 더 많은 사람들과 큰 서비스를 만들어서 jira와 같은 앱 오류 관리 툴을 사용해서 오류 대응이라던지 성능관리 등을 협업해보지 못한 것도 아쉽다.
지금 만든 앱은 여러가지 고칠고 다듬을 점이 많지만 규모가 더 커질 것 같지는 않다. 그래서 다음 프로젝트때는 이런 부분들을 고려한 큰 프로젝트를 만져보고 싶다.